
[뉴스인피플=편집국] 텅 빈 골목, 문 닫은 시장. 젊은 세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자연 감소’라는 냉정한 통계다.
통계청과 지방자치단체 분석에 따르면, 지방 인구 감소는 2020년 이후의 현상이 아니라 이미 2000년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자연적 감소’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역 사회는 20년 넘게 천천히 스러져온 셈이다.
지방을 이탈하는 핵심은 20대 청년층이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전문직으로 성장한 20~30대 인력까지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의 생산 기반과 혁신 역량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 소멸 위기지역의 ‘인재 유출’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초단시간 근로 100만 명 시대… ‘질’이 빠진 노동시장
일자리 격차는 이제 질적인 문제로 옮겨갔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2015년 이후 급증해 2025년에는 106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중 69%가 60세 이상 고령자, 72%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생계형 일자리의 증가가 사회 안전망의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청년층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30대 초단시간 근로자는 숙박‧음식업 등 저임금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으며, 시간당 임금이 전 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을 해도 가계가 나아지지 않는’ 구조적 빈곤이 청년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인 빈곤의 역설… 소득은 OECD ‘꼴찌’, 자산은 ‘평균 이상’
우리나라 노인(66세 이상)의 소득 빈곤율은 39.7%,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하지만 자산 빈곤율은 **5.4%**로 OECD 평균(6.3%)보다 낮다. 즉, **‘돈은 없지만 집은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가 노후 생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금 흐름의 부족이 빈곤 체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돌봄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다. 75세 이상 후기 노인의 절반 이상이 돌봄이 필요한 상태이며, 46.2%는 세 가지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고령사회의 그림자가 일상으로 스며든 셈이다.
사교육비 29조 원, 계층의 벽을 쌓다
사교육비는 이제 부모의 지갑 크기를 반영하는 ‘계층의 척도’가 됐다. 2024년 기준 전국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든 학교급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이 급증했으며, 특히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2007년 4.2조 원에서 2024년 8.1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공고화되는 시대다.
끊어진 주거 사다리, 줄어드는 여가의 질
청년의 주거 사다리는 끊어졌다. 39세 이하 무주택 비율 73.2%(2023년)는 2015년보다 상승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지고, 월세 부담은 생활의 절반을 차지한다.
여가 격차도 확연하다. 월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는 평균 18개 여가활동을 즐기지만,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3개에 그친다. 경제적 여유의 차이가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급증세다. 2005년 이후 꾸준히 늘어난 고령자 사고는 치명률이 높아, 지역 교통시스템 개선과 면허 관리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균형 잡힌 복지·노동·교육 정책 절실
이 모든 수치는 단순한 통계의 나열이 아니다. 지방 소멸은 청년층의 이탈로, 노인 빈곤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로, 교육 양극화는 사교육비 폭증으로 서로 맞물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부문별 대응’이 아닌 통합적 전략이다. 청년이 지방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와 주거 지원, 노인의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사회정책, 그리고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공공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선, 데이터가 던지는 경고를 ‘위기 징후’가 아닌 ‘정책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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