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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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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전남 ‘통합의대’ 꿈… 1월 마지노선 앞두고 ‘시계제로’

- 국립의대 설립 추진 ‘최대 위기’ 순천대 학생 60% 이상 반대 - “흡수 통합 우려·정체성 상실”이 주요 원인

전라남도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초고령·의료취약 지역이자 인구 소멸 위험 1순위로 꼽히는 이 지역에서, 의대는 더 이상 ‘지역 발전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존 인프라’에 가깝다. 그러나 전남 국립의대를 겨냥한 목포대·순천대 통합이 학생 반대로 부결되면서, 그 생존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남도청 전경  [사진=전남도청제공]
전남도청 전경  [사진=전남도청제공]

의대 없는 유일한 광역도, 전남의 현재

전남은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고, 농어촌·도서 지역 비율이 매우 높다. 인구 1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정되며, 특히 응급·산모·소아·외상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중증 응급 환자가 도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광주나 수도권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이송 중 골든타임을 놓치는 위험이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

전남에는 의대뿐 아니라 ‘거점 대학병원’ 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도 제한적이라, 인턴·레지던트 수련 인프라가 취약하다. 젊은 의사들이 전남에서 수련하고 정착할 경로가 막혀 있어, 공공병원과 지역 병원은 필수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진료 축소나 폐쇄를 고민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전국적으로도 응급의료기관과 전문의 인력은 수도권·광역시에 집중돼 있다. 응급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수십 곳에 이르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혀 없는 지역도 적지 않은데, 전남은 이 통계에서 항상 ‘취약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이런 구조는 몇 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지역 응급실 ‘뺑뺑이’

중증 환자가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병상·인력 부족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필수의료의 수익성 악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상센터 등은 인력과 장비는 많이 필요하지만 수익은 낮아 지방 중소병원이 버티기 어렵다. 의사 부족과 경영난이 겹치면서 해당 진료과를 포기하거나, 야간·주말 진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구 소멸 가속

젊은 세대와 아이를 둔 가족은 분만·소아·응급의료가 불안정한 지역을 떠나 도시로 옮기고, 남은 지역은 고령층 위주로 재편된다. 의료 인프라 붕괴가 ‘지역 소멸’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셈이다.​

왜 ‘지역 의대’인가

이런 상황에서 전남권 지역 의대 설립 요구는 크게 세 가지 논리 위에서 나온다.​

첫째, 지역에 뿌리 내리는 의사 양성

의과대학 입학부터 수련, 전문의 취득, 이후 근무까지 전 과정을 지역에서 할 수 있어야 장기 정착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도권에서 교육·수련을 받은 의사들이 의료·교육·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으로 내려오기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인력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둘째, 공공·필수의료의 ‘인력 파이프라인’ 확보

지역 의대를 기반으로 공공의대 또는 ‘지역의사제’(의대 교육·수련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 공공의료에 의무 복무)를 설계하면, 응급·산모·소아·감염 등 필수 영역에 일정 규모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는 농어촌 보건소, 지방의료원, 도서지역 공공병원의 만성 인력난을 완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셋째, 지역 발전의 거점 인프라

의대와 대학병원은 의료기관이면서 동시에 연구·산업·교육 클러스터의 허브다. 전남의 경우 해양·농생명·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의료·헬스케어 산업, 원격의료·디지털 헬스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의대 설립이 가져올 변화

전남권에 의대와 부속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변화는 의료 영역을 넘어선다.​

의료 접근성 개선

응급·중증·분만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병원이 지역에 생기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의·전공의·전문 간호사 인력이 꾸준히 공급된다. 도내 환자의 상당수가 도내에서 진료를 마칠 수 있어 이송 시간과 비용,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

지역 병원과의 네트워크 형성

대학병원은 3차 의료기관일 뿐 아니라, 1·2차 병원과의 협력 진료 체계를 통해 교육·수련·연구를 분담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전남의 지방의료원, 중소 병원들이 대학병원과 연계해 필수과를 유지하고, 전공의 순환 근무 등을 통해 진료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인구·지역 경제 구조 변화

의대·병원·연구시설·관련 기업 유입으로 젊은 인구가 늘고,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에도 활로가 열릴 수 있다. 의료·바이오 산업, 주거·교육·서비스업이 함께 확대되면서 ‘떠나는 전남’에서 ‘머무르는 전남’으로 전환할 발판이 마련된다.​

목포대·순천대 통합 부결, 무엇이 막혔나

이 구상의 중심이 바로 ‘목포대·순천대 통합 의대’ 구상이었다. 서부권(목포)과 동부권(순천)을 아우르는 통합 국립대에 의대를 설치하고, 양 지역에 병원을 두는 ‘1대학 2병원’ 모델이 논의됐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통합 구성원 투표에서 순천대 학생들의 반대로 통합안이 부결됐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목포 중심 ‘흡수 통합’에 대한 불안

순천대 구성원 일부는 통합 이후 대학의 중심이 목포로 쏠리고, 순천 캠퍼스가 2등 캠퍼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김대중대’처럼 특정 정치·지역 색이 강한 교명 논의도 반발을 키웠다.​

통합의 실익·청사진 부족

의대·병원이 실제로 언제, 어느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만 먼저 하고, 의대는 나중 문제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통합 부결의 악영향

통합 부결은 단순히 두 대학의 조직 개편이 좌초된 사건이 아니다. 전남 의대 신설과 지역 의료 개편의 시계가 멈춰섰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전남 의대 설립 일정의 지연 또는 좌초

정부가 정하는 의대 정원 확대·배분 논의에서, 구체적인 대학·캠퍼스 모델이 빠진 전남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 통합 부결로 내년 혹은 그 이후 배치될 의대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남의 의대 설립 시점은 수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지역 의료 공백의 장기화

의대·대학병원 없는 상태가 더 길어질수록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응급의료 붕괴는 현실 문제가 된다. 이미 버티던 지방 병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분만·소아·야간 응급을 접는 결정이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지역 간 갈등 심화

목포와 순천, 서부권과 동부권 사이의 경쟁·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 이후 어떤 형태로든 의대 유치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의대가 특정 지역의 ‘전리품’이 아닌 전남 전체의 생존 인프라라는 공감대를 만들 기회가 훼손될 수 있다.​

넷째, 정치·정책 신뢰도 훼손

중앙 정치권과 지자체가 지역 의대 설립을 약속하고도, 학내 구성원 설득과 구체적 설계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향후 어떤 의료·교육 정책에도 냉소가 뒤따를 수 있다.​

남은 과제: 의대를 둘러싼 ‘신뢰의 재설계’

전남 의대는 여전히 필요하고, 그 필요성은 통합 부결 이후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설립할 것인가’보다 ‘누가 무엇을 믿고 함께 갈 것인가’에 가깝다.​

대학 간 이해관계 조정: 목포·순천 어느 한쪽의 승패가 아니라, 지역 전체 의료·교육 체계의 재설계라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도민 참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의대 규모, 위치, 병원 배치, 재정 계획, 지역의사 의무 복무 등 핵심 쟁점을 도민과 대학 구성원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기 의료 공백 완화 대책: 의대 설립과 별개로, 공공의대형 지역의사제 강화, 공공병원 지원, 원격·순환 진료 확대 등 단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전남 의대 설립 논쟁은 결국 한 지역이 ‘의사 없는 노인 지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생존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통합 부결은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 복합적인지 보여준 사건일 뿐, 문제 자체를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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