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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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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광주·전남 통합 ‘쩐의 전쟁’, 재정 리스크 집중 분석

- 자립도 40% 광주 vs 예산 12조 전남, 통합 주머니 속사정 '정밀해부' - '나누기'가 아닌 '채우기'로… 중앙 권한 이양이 통합의 완성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자료 Envato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자료 Envato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 논의에서 시·도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결국 ‘돈’ 문제입니다. “내 세금이 남의 동네 빚 갚는 데 쓰이는 건 아닌지”, “내가 받던 수당이 깎이진 않을지” 불안감이 큽니다. 두 지역의 재정 상태를 숫자와 비유를 통해 풀어서 분석해 드립니다.


1. 살림 규모는 전남이 압도적, 하지만 ‘내 돈’은 광주가 더 많아

먼저 전체 살림살이의 크기를 보면 전라남도가 광주광역시보다 훨씬 큽니다. 전남의 한 해 예산은 약 12조 5,436억 원으로, 광주의 7조 7,447억 원보다 1.6배나 더 넓은 폭의 행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22개 시·군과 광활한 농어촌 인프라를 관리해야 하는 전남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실속'을 따지는 재정자립도를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광주는 전체 살림의 40.4%를 스스로 벌어들이는 반면, 전남은 23.5%에 불과합니다. 비유하자면 광주는 연봉의 40%를 스스로 버는 전문직 가장이고, 전남은 덩치는 크지만 생활비의 80% 가량을 정부 지원금(보조금 및 교부세)에 의존하는 대가족 가계와 같습니다.


2. 세금 내는 광주 시민 vs 혜택 받는 전남 도민?

세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갈등의 씨앗도 보인다. 인구 밀도가 높은 광주는 취득세·지방소득세 등 도시형 세수가 탄탄해 1인당 지방세 부담이 전남보다 높은 편이고, 서비스·제조·부동산 거래가 집중된 도심 구조가 이런 격차를 키운다. 반대로 전남은 인구가 넓게 흩어진 데다 농·어업 비중이 높고, 고령 인구가 많아 세수 기반이 약하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이 세금이 ‘하나의 지갑’에 담기게 된다. 이때 광주 시민에게는 “내가 더 많이 낸 세금이 인구가 적고 고령화된 농어촌의 도로·복지비로 먼저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전남 도민에게는 “그동안 열악한 재정 속에서 버텨온 우리에게 도시민의 시선을 견뎌야 하느냐”는 반감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충돌을 방치하면, 통합 논의는 ‘세금 싸움’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3. ‘지하철 빚’ 있는 광주와 ‘복지 지출’ 많은 전남의 만남

통합 논의에서 또 하나의 뇌관은 부채다. 광주시는 최근 몇 년간 도시철도 2호선, 복합 SOC, 복지·교통 인프라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지방채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고, 채무비율도 특·광역시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시민 1인당 부채는 100만 원을 훌쩍 넘어 ‘지하철 빚 도시’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고 있다.​​

반면 전남은 재정자립도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재정 운용으로 채무 비율을 낮게 관리해 왔다. 고령층 비중이 높아 복지 지출이 크지만, 대규모 도시철도·광역 교통망 같은 초대형 투자보다는 농어촌 생활 인프라와 필수 복지 중심 지출이 많다. 통합 시 광주의 부채를 ‘공동 부담’하게 되면 전남 도민 입장에서는 “우리는 빚을 줄이며 살림을 조였다가, 통합과 동시에 광주 지하철 이자까지 떠안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 통합이 주는 이득, ‘슈퍼 지자체’와 중앙정부 추가 재원

그렇다면 통합은 정말 ‘손해 보는 결합’일까.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을 통해 하나의 광역자치단체가 되면 인구는 320만 명 안팎, 지역내총생산은 150조 원 규모의 이른바 ‘슈퍼 지자체’ 위상을 갖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 메가 시티 구상 속에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권역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다만 이 구상이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이득이 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 통합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는 지방교부세, 최소 1조 원 안팎의 ‘통합 인센티브’를 장기적으로 보장받을 것.

▷ 광주·전남이 합쳐진 뒤 수도권 대비 약한 지방세 구조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방소득세·소비 관련 세목 등 일부를 중앙에서 과감하게 이양하는 특례를 확보할 것.​

▷ 행정통합은 선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라, 광주의 자금력과 전남의 넓은 땅·자원을 묶어 중앙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더 큰 재정·투자를 끌어오는 ‘협상력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재정 데이터만 놓고 보면 통합은 광주에겐 ‘재정의 희석’, 전남에겐 ‘부채의 공유’라는 불편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광주는 상대적으로 튼튼한 세수 구조가 희석되고, 전남은 어렵게 관리해 온 부채 관리 성적표를 함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 무게중심은 '지방 분권'과 '기존 권리 수호'에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논의의 무게중심을 행정 효율성이라는 '숫자'에서 주민의 '생존권'으로 옮겨야 한다.

첫째, '기존 복지 불이익 배제'를 특별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통합 전 누리던 복지는 통합 후에도 최소 10년 이상 유지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복지는 주민들에게 '삶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둘째, 재정 통합은 '중앙 권한의 이양'이 전제되어야 한다. 단순히 두 주머니를 합치는 것은 '가난의 공유'일 뿐이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 특별교부세 산정권 확보 등 중앙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돈의 권력'을 가져와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

셋째, 부채와 자산의 전략적 배분이 필요하다. 광주의 혁신 산업(AI·모빌리티) 역량과 전남의 자원(에너지·우주)을 결합해 발생하는 수익이 각 지역의 약점을 보완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통합은 지도상의 선을 지우는 작업이 아니라, 호남이라는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새로 설계하는 일이다. 정치적 선언보다 치밀한 재정 로드맵과 복지 안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더 손해인가'를 따지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에 대한 담대한 설계도를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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