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지역소득 잠정치를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회복에 힘입어 전국 성장률이 2%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도권과 울산·충남·전남 등 제조업 거점 지역의 격차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울산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평균의 1.7배를 웃돌며 ‘슈퍼 고소득 생산기지’ 위상을 재확인한 반면, 대구·부산·광주 등 일부 대도시는 저성장과 소득 정체의 이중 부담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흐름과 큰 그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명목)은 2,561조원으로 전년보다 149조원(6.2%) 증가했다. 실질 성장률은 2.0%로, 제조업·운수업·금융·보험업 등의 생산이 늘며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GRDP는 1,352조원으로 전국의 52.8%를 차지해 ‘절반 경제’ 구조를 재확인했다. 실질 성장률은 수도권 2.4%, 비수도권 1.6%로 격차가 이어진 가운데, 8개 특·광역시(1.6%)보다 9개 도 지역(2.3%)의 성장세가 더 높아 산업·에너지 거점 도지역의 회복이 뚜렷했다.
산업 구조와 성장 동력
2024년 산업별로는 광업·제조업(4.2%), 전기가스증기업(5.1%), 서비스업(1.5%), 농림어업(0.9%)이 모두 플러스 성장한 반면, 건설업은 -3.0%로 뚜렷한 부진을 보였다. 경기와 인천은 전기·전자·정밀기기, 석유화학 등 제조업 호조로 각각 9.0%, 7.7%의 높은 제조업 성장률을 기록해 수출·설비 중심 회복을 이끌었다.
지역별 산업 비중을 보면 서울은 서비스업이 부가가치의 92.4%를 차지해 대표적인 서비스 경제로 자리매김했고, 울산(광업·제조업 63.2%), 충남·충북은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전형적인 공업지역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제조업(39.1%), 건설업, 서비스업에서 모두 높은 전국 비중을 차지하며 내수·투자·생산이 결집된 복합 경제 거점으로 평가된다.
소비·투자와 체감 경기
지출 측면에서 2024년 전국 최종소비(명목)는 1,689조원으로 실질 기준 1.2%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의료·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보건·복지와 일반행정 확대에 힘입어 2.1% 늘어 취약계층 지원과 공공 지출 확대가 성장의 완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고정자본형성은 769조원으로 실질 기준 -0.6% 감소했는데, 건설투자가 -3.2%로 위축되며 투자 둔화를 이끌었고 설비투자만 1.9% 증가해 일부 제조·첨단 업종 중심의 선택적 투자가 진행된 모습이다. 경북(설비투자 24.1% 증가), 부산(17.3%)은 기계류 투자 확대로 설비 중심의 성장 전략이 두드러진 반면, 제주(-14.4%), 대구(-13.9%)는 건설투자 급감으로 지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다.
소득 수준과 격차
소득 측면에서 2024년 전국 지역총소득(명목)은 2,598조원으로 전년보다 6.2% 증가했다. 경기(696조원), 서울(648조원), 경남(140조원) 순으로 규모가 컸고, 세종(20조원), 제주(27조원), 광주(59조원)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소득권으로 분류됐다.
1인당 지표를 보면 격차는 더 극명하다. 전국 1인당 GRDP는 4,948만원인데, 울산(8,519만원), 충남(6,776만원), 서울(6,122만원), 전남(5,918만원) 등은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대구(3,137만원), 부산(3,708만원), 전북(3,798만원) 등은 평균을 밑돌아 대도시·농촌을 막론한 저소득 권역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명목)은 전국 평균 2,782만원이며, 서울(3,222만원), 울산(3,112만원), 대전(2,875만원) 등은 이를 웃돌았다. 제주(2,461만원), 경북(2,486만원), 경남(2,506만원)은 평균에 못 미쳐, 생산 규모에 비해 가계 체감 소득이 낮은 구조가 확인된다.
수도권 vs 비수도권
수도권의 GRDP 비중은 52.8%로 2023년(52.5%)보다 소폭 상승해 경제력 집중 현상이 다시 강화됐다. 실질 성장률에서도 수도권(2.4%)이 비수도권(1.6%)을 앞섰고, 특히 경기(3.6%)와 인천(3.1%)의 제조·운수업 호조가 수도권 성장세를 견인했다.
반면 8개 특·광역시는 1.6% 성장에 그친 데 비해 9개 도는 2.3% 성장해, 대도시보다 도지역 제조·에너지·물류 거점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역전’ 양상도 관찰된다. 충남·전남·경남 등은 광업·제조업과 공공행정·운수업 등의 동반 회복으로 실물 지표가 개선된 반면, 대구·부산은 제조·건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주요 시·도 심층 분석
서울: 서비스 초집중, 고소득 구조
서울의 GRDP(명목)는 575조원으로 전국의 22.5%를 차지했고, 실질 성장률은 1.0%로 전국 평균(2.0%)을 밑돌았다. 도·소매업(-2.2%), 전문과학기술업(-1.4%) 등이 줄었지만 금융·보험업(5.9%), 부동산업(2.5%)이 증가하며 서비스 대도시의 특성을 재확인했다.
생산 구조를 보면 서비스업 비중이 92.4%에 달해 ‘초(超) 서비스 경제’로 고착됐고, 광업·제조업(4.0%), 건설업(3.1%)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의 지역총소득은 648조원으로 GRDP(575조원)보다 73조원이 더 많아 순유입 소득이 큰 대표적 순수취 지역이며, 1인당 지역총소득은 6,903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137.5%에 이른다.
경기: 제조·소비·투자 삼중 축
경기는 GRDP 651조원으로 전국 최대(25.4%)이며, 실질 성장률은 3.6%로 전국(2.0%)을 크게 상회했다. 제조업 성장률이 9.0%에 이르고, 운수업도 12.9% 늘어 수출·물류 거점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됐다.
지출 구조에서도 경기는 민간소비(전국의 26.4%), 정부소비(20.2%), 건설투자(28.5%), 설비투자(29.5%) 모두에서 전국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1인당 GRDP는 4,700만원(전국의 95.0%),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2,791만원(100.3%)으로,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안정적인 중상위 소득권으로 평가된다.
울산·충남·전남: 제조·에너지 벨트
울산은 1인당 GRDP 8,519만원으로 전국 1위(전국의 172.2%)를 기록하며 ‘생산 1번지’ 위상을 굳혔다. GRDP 실질 성장률은 3.4%로 제조업(3.5%)과 운수업(14.4%) 호조가 뒷받침했고, 광업·제조업 비중은 지역 경제의 63.2%를 차지한다.
충남은 제조업 중심 공업지대로 광업·제조업이 지역 부가가치의 51.1%를 차지한다. 1인당 GRDP는 6,776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136.9%에 달하지만, 지역총소득은 GRDP보다 33조원 적어 대규모 소득 순유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전남은 2024년 지역총소득 명목 증가율이 13.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업·제조업과 운수업 성장에 힘입어 GRDP 실질 성장률도 3.4%를 기록했다. 1인당 GRDP(5,918만원)는 전국 평균의 119.6%에 달하지만,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2,680만원(96.3%) 수준으로 기업·에너지 중심 성장과 가계 체감 소득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대구·부산·광주: 저성장·저소득의 이중 부담
대구의 GRDP 실질 성장률은 -0.8%로 17개 시·도 가운데 부진한 편에 속하며, 건설업(-21.4%)과 제조업(-0.7%)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1인당 GRDP는 3,137만원(전국의 63.4%)으로 초저소득권에 속하고,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2,578만원, 92.7%)도 전국 평균을 밑돌아 체감 경기 악화가 우려된다.
부산은 실질 성장률 2.7%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1인당 GRDP는 3,708만원(74.9%)에 그쳤다. 운수업(14.7%), 제조업(3.2%)은 성장했으나 도·소매업(-2.2%) 둔화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이 맞물려 ‘성장 대비 체감 소득’의 괴리가 남는 구조다.
광주는 GRDP 실질 성장률 2.4%로 제조업(3.8%)과 부동산업(7.2%) 성장이 두드러졌지만, 1인당 GRDP는 3,768만원(76.1%)으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2,778만원으로 전국 평균(2,782만원)에 거의 근접해 가계 소득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는 편이다.
세종·제주: 행정도시와 관광도시의 명암
세종은 GRDP 실질 성장률이 0.5%에 그쳤고, 건설업(-14.2%)과 총고정자본형성(-7.2%) 감소가 투자 위축을 보여준다. 다만 정부소비 비중이 지출의 60.2%에 달하는 등 ‘공공·행정 중심 도시’의 성격이 뚜렷하고, 1인당 지역총소득(5,114만원)은 전국 평균(5,020만원)을 웃돌아 소득 수준 자체는 중상위권이다.
제주는 관광·서비스업 회복에도 불구하고 GRDP 실질 성장률이 0.4%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건설투자가 -20.9%, 총고정자본형성이 -14.4% 급감하는 등 투자 위축이 심각하고,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2,461만원)은 전국 평균의 88.5%로 낮아 관광 의존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정책적 시사점
이번 통계는 수도권과 제조업·에너지 거점지역이 성장과 소득을 주도하는 가운데, 일부 대도시와 농촌·관광지역은 저성장과 저소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소득 격차가 1인당 지표에서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산업 재편과 더불어 가계 소득·복지 개선을 통한 ‘체감 격차’ 완화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건설 투자 부진과 설비 투자 편중은 지역 간 장기 성장 잠재력의 차이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어서, 재생·인프라·친환경 투자 등을 활용한 균형 잡힌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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