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
가족의 소득을 이유로 실제로 지원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의 첫 단계이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26년 만의 제도 폐지, 수급자격 확대될 듯
보건복지부는 9일 열린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을 보고했다. 내년도 의료급여 예산은 9조8,400억 원으로, 올해(8조6,882억 원)보다 1조1,518억 원(13.3%) 증액된 역대 최대 규모다.
의료급여 부양비는 가족이 수급자에게 생활비를 지원한다고 가정해 그 금액을 수급자 소득에 포함시키는 제도다.
실제 지원을 받지 않아도 가족의 소득 10%가 가상의 ‘부양비’로 산정돼, 수급자격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제도 도입 이후 26년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복지부는 부양비 전면 폐지를 통해 실제로는 가족의 도움 없이 생활하더라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례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고령자가 실제 월소득 67만 원임에도 관계가 단절된 자녀의 소득 10%가 부양비로 포함돼 수급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사라진다. 부양비가 폐지되면 이 고령자는 실소득 기준으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기준을 단순화할 계획이다.
■ 과다 외래 이용자 관리, 합리적 제도 도입
복지부는 이날 과다 외래진료 이용자 관리를 위한 ‘외래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 제도는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면 초과 진료분에 대해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건강보험 의원급 외래 수가 수준으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해 의료급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다만 중증장애인, 산정특례 등록자, 아동, 임산부 등 취약계층은 현행 부담(1,000~2,000원)을 유지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의료급여 수급자 156만 명 중 적용 대상은 약 550명(0.03%)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공단은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180·240·300회를 초과할 때마다 안내하며, 300회 이상 이용자는 시·군·구 의료급여관리사의 집중 사례관리 대상으로 지정된다.
■ 정신질환 치료 접근성 강화
정신질환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가 개선도 병행된다. 정신요법료 급여 기준 완화로 개인 상담은 주 최대 7일, 가족상담은 주 3회까지 확대된다. 또 중증·응급 정신질환자의 초기 집중치료를 위한 ‘급성기 집중치료 병원’ 수가가 신설돼, 조기 치료 및 만성화 예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신과 폐쇄 병동 입원료도 병원급 기준으로 1일 48,090원에서 50,830원으로 약 5.7% 인상되며, 치료식·산모식 등 특수식 식대도 건강보험 의원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하반기부터는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 균형 맞출 것”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내년도 의료급여 예산 확대와 26년 만의 부양비 폐지는 저소득층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의지의 결과”라며 “의료 이용의 적정성과 재정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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