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히 등산과 숲길 걷기를 하면 불안·우울 등 정신질환에 새로 걸릴 위험이 약 10% 낮아진다는 국내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3.2만명 4년 추적…“산에 자주 갈수록 더 안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 연구팀은 2016년 산림활동 기록이 있는 약 3만 2천 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빅데이터를 연계해 최대 4년간 정신질환 진단 이력을 추적했다. 이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등산·숲길 걷기를 꾸준히 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불안·우울 등 정신질환 신규 진단 위험이 약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산림활동량을 거리, 시간, 빈도, 규칙성 등으로 세분해 분석했는데, 활동량이 가장 높은 집단일수록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모든 지표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단순히 “가끔”이 아니라 일정 거리와 시간을 들여 규칙적으로 산을 찾는 습관이 정신건강 보호에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연 420만 명 진료 줄이고, 의료비 5조 6천억 완화 기대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국민 전체로 확대 적용할 경우 상당한 공중보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비슷한 수준으로 산림활동을 실천한다면, 1년에 약 420만 명에 이르는 정신질환 진료 인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추정이다.
2024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정신질환 관련 연간 의료비는 약 5조 6천억 원 규모로, 사회적 부담이 큰 영역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등산·숲길 걷기와 같은 산림활동이 치료 이후 재발 방지뿐 아니라 질환이 생기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예방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치료 이전 단계의 비용 효율적 예방법”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박수진 박사는 “등산과 숲길 걷기는 치료 중심의 개입 이전에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예방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비약물·비병원적 방법으로 정신건강을 지키려는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산림활동이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 산림활동의 정신건강 증진 효과를 더 정밀하게 평가하고, 보건·복지 분야와 연계한 산림치유 정책·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향후 연령·성별·질환별 세분석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 어떤 형태의 산림활동이 가장 효과적인지까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자료를 활용한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라는 점에서, 개인 경험이나 설문에 의존하던 기존 연구보다 근거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사회 전반에서 우울·불안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돈이 많이 들지 않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산길 걷기와 등산이 ‘마음 건강 보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수치로 보여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여러 차례, 일정 시간 이상 숲길을 걷거나 산을 오르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정신건강 관리의 기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미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증상이 의심된다면 산행과 별개로 전문적인 진료와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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