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청사진의 중심에 ‘지방주도성장’이 자리 잡았다. 수도권 1극 체제를 넘어 각 지역이 스스로 성장 축이 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재정·세제·금융·규제 인센티브를 총동원해 기업과 사람, 인프라를 지방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4대 축·15대 과제…“대도약 원년” 선언
정부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2026년을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규정하고, 거시경제·민생 안정, 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구조 극복,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4대 축으로 하는 성장전략을 확정·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이루겠다”며 15대 핵심과제, 50개 세부과제를 제시하고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0% 안팎, 물가상승률 2%대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재정지출 확대와 정책금융, 공공기관 투자를 총동원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먹거리·에너지·교통·통신·돌봄 등 서민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생계비 패키지’와 소상공인 생산성 제고, 유통·식품 구조개선 등 구조적 물가 안정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K-반도체·AI·방산 앞세워 성장판 키운다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정부는 K-반도체, 방위산업, K-컬처(게임·푸드·뷰티 등),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묶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대전환과 탄소중립을 결합한 초혁신 프로젝트, 임무·도전형 연구개발(R&D) 확대, 디지털 자산 제도 정비 등을 더해 ‘기술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청년·중장년 고용 확대와 기술인력 양성, 대학·직업교육 개편, 저출생 대응, 외국인력 전략 도입을 통해 인적자본을 강화해 잠재성장률을 3%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구 장관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노동·교육·이민정책 전반을 성장전략과 연계하겠다”며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성장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과실, 전국·전 계층으로”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수도권과 대기업에 집중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양극화 완화 대책도 강화했다. 비정규·플랫폼 노동자 보호, 임금격차 완화, 서민금융 확대, 퇴직연금 기금화,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 노동·복지 정책을 병행해 취약계층의 소득과 안전망을 보강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중소기업 기술 탈취 방지,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격차를 줄이고, 노사관계 제도 정비와 갈등 조정 시스템 개선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포용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방주도성장, ‘5극 3특’ 새판 짠다
지역의 관심이 가장 큰 대목은 ‘지방주도성장’이다. 정부는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를 축으로 하는 이른바 ‘5극 3특’ 공간전략을 제시하고, 각 권역에 특화 산업과 메가 특구를 입혀 “지방이 스스로 성장엔진을 돌리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장관은 국민보고회에서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을 통해 수도권-지방 격차와 지역소멸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며 “지역별 특성을 살린 초광역 발전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권역에는 반도체·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바이오·관광·콘텐츠 등 지역 전략산업이 집중 배치되고, 이에 맞는 인프라·교통·주거·교육 패키지가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RE100 산단에 10년 법인세 면제
지방주도성장의 대표 카드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가 꼽힌다. 정부는 지방에 조성되는 RE100 산단에 입주하거나 이곳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대해 10년간 법인세 전액 감면은 물론,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재생에너지 전력요금 인하, 산단 인근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외국교육기관 유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정책금융과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공급되는 자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지방에 우선 배분하고, 지방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보증·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방 차등·우대지원’ 원칙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8년까지 지방 정책금융 규모를 125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지역산업·관광·사회적경제 묶어 선순환 노린다
정부는 RE100 산단과 초광역 메가 특구를 중심으로 지역 전략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고, 관광·문화·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연계해 지역 내에서 일자리-투자-소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근로자 ‘반값 휴가’, ‘지역사랑휴가’ 제도 활성화, 지자체·로컬기업과 연계한 주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소비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역 돌봄·환경·문화 서비스 공급 주체로 육성하고, 지역 대학·연구기관·기업·지자체를 잇는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청년 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방이 성장의 결과를 나눠 갖는 수준을 넘어, 성장의 출발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의지는 분명, 실행이 관건”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방주도성장 전략에 대해 “수도권 위주의 성장 패턴을 바꾸려는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기업의 실제 이전과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10년간 법인세 면제 등 고강도 세제 지원과 막대한 재정·금융 지원이 재정 건전성과 지역 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방의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와 인구 유입이 실제로 발생하도록 수도권 규제와 지방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광역·기초 지자체, 지역 대학·기업이 전략 수립 단계부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는 앞으로 RE100 산단 유치 경쟁, 초광역 프로젝트 선정 결과 등에 따라 지역 경제지도가 다시 그려질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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