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인구 지형에 ‘희망’과 ‘경고’가 공존하는 성적표가 전달됐다. 저출생의 늪에서 허덕이던 출생(등록)자 수가 2년 연속 증가하며 26만 명 선에 육박했으나, 고령화와 수도권 쏠림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소멸의 위기감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 9년 만의 반등 기조 굳히나… 출생아 수 2년 연속 ‘청신호’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등록)자 수는 25만 8,242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4만 2,334명) 대비 1만 5,908명(+6.56%) 증가한 수치로,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7만 7,702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4만 6,401명), 인천(1만 6,786명) 순이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기 화성시(+8,116명), 수원시(+7,060명) 등 신도시 지역이 출생아 등록을 견인했다. 하지만 사망자 수(36만 6,149명)가 출생아 수를 크게 앞지르면서 자연적 요인에 의한 인구 감소(10만 7,907명)는 피하지 못했다.
■ '인구 5,111만 명' 6년 연속 내리막… 1인 세대 1,000만 시대 2025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5,111만 7,378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만 명(△0.19%) 줄어들며 6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인구 구조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 명(21.21%)을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완전히 진입했다. 반면 아동·청소년·청년 인구는 일제히 감소했다. 세대수 측면에서는 1인 세대가 1,027만 세대(42.27%)로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만 시대를 열었다. 평균 세대원 수는 2.10명까지 떨어졌다.
■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104만 명' 역대 최대… "지방 소멸 가속" 이번 통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지역 간 인구 격차다. 수도권 인구는 전년보다 3만 4,121명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은 13만 3,964명이나 줄어들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는 104만 5,910명으로, 2019년 역전 현상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주민등록 인구가 증가한 광역단체는 경기, 인천, 충북, 대전, 세종, 충남 등 6곳에 불과했다. 특히 대전(+1,572명)과 충북(+5,325명)의 증가는 고무적이나, 영·호남권의 인구 유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 소멸 위기 속의 ‘역설적 희망’ 현재 정부가 관리하는 인구감소지역은 총 89곳이다. 전남(16곳), 경북(15곳), 강원(12곳) 등에 집중된 이들 지역은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싹도 포착됐다. 인구감소지역 중 19곳(21.3%)은 오히려 인구가 늘어났다. 전남 신안군(+3,685명), 충북 괴산군(+2,041명), 경기 연천군(+1,474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출산 장려를 넘어 전입 유도와 정주 여건 개선 등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사회적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출생아 수의 소폭 반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이 언급했듯,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를 멈추지 못하면 출생아 증가라는 긍정적 신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구 정책은 단순히 ‘애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을 넘어, ‘어디서 살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수도권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는 대신, 지역에서도 충분히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균형 발전 정책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1인 세대가 전체의 42%를 넘어선 지금, 가족의 형태 변화에 맞는 세밀한 주거 및 복지 정책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인구 시계는 여전히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늘어난 출생아 수는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작은 증거다. 이 불씨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동력으로 이어가느냐가 대한민국 소멸의 갈림길을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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