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이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려면 ‘어떤 운동을 하느냐’보다 ‘주 150분 이상을 1년 넘게 꾸준히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규칙과 경쟁이 있는 스포츠 활동을 1년 이상 지속한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최대 57%까지 줄어드는 등, 걷기 같은 가벼운 활동도 장기간 이어가면 분명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40세 이상 1만9천 명 분석…효과 나타나는 ‘1년의 벽’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유전체·역학조사(KoGES)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만9,11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운동을 시작했더라도 그 기간이 12개월 미만일 때는 우울 증상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주당 150분 이상 신체활동을 1년 넘게 유지한 집단에서는 우울 위험이 뚜렷하게 감소해, 일정 강도의 운동을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가 정신 건강 보호의 핵심임이 드러났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가 한국인 중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장기 코호트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위험 연령대에 실질적인 운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면적 분석에 기반한 결과인 만큼, 향후 종단 연구를 통해 실제 우울증 발생 예방 효과를 더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스포츠 57%↓·유산소 48%↓…걷기도 31% 줄여
연구에 따르면 주 150분 이상, 1년 이상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 가운데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 집단의 우울 증상 위험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활동은 축구·농구 같은 구기 종목과 배드민턴·테니스 등 라켓 종목처럼 규칙과 경쟁, 팀워크가 동반되는 운동으로 정의됐으며, 이들 활동은 우울 위험을 최대 57%까지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조건에서 유산소 운동은 48%, 근력 운동은 45%의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활동인 걷기만 해도 31%의 우울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종류를 막론하고 ‘꾸준한 운동 습관’ 자체가 우울증을 막는 강력한 방어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왜 ‘스포츠’가 가장 강력할까

연구진은 스포츠 활동의 높은 예방 효과 배경에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운동 강도의 구조화’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팀 스포츠나 라켓 종목은 대부분 타인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경쟁·협력이 이뤄지며, 이러한 사회적 유대가 고립감과 외로움을 줄여 정서적 지지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스포츠는 달리기·점프 등 유산소 요소와 근육을 쓰는 저항 운동 요소가 섞여 있어 에너지 소비가 크고, 기술 습득과 점수·승패 등 구체적 목표를 통해 성취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뇌의 보상 회로가 자극돼 세로토닌·도파민 등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 선행 연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힘든 운동 어렵다면, 1년짜리 걷기 계획부터”
이번 연구는 고강도 운동이 부담스러운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천천히, 그러나 오래 가는 운동”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구진은 스포츠나 근력 운동이 어렵더라도, 주 150분 이상 걷기를 1년 이상 꾸준히 실천하면 우울 증상 위험을 31%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외 여러 메타분석에서도 중등도 신체활동을 주 150분 이상 실천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약 20~30% 낮은 것으로 보고되는 등, ‘적당한 강도의 꾸준한 운동’이 항우울 효과를 갖는다는 결론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가능하면 6개월·1년 이상으로 운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커지는 경향이 확인돼, 단기 캠페인보다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 1년 넘게 이어가는 게 핵심”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분석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표 코호트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국내 중년·노년층 정신건강 정책 수립과 지역사회 운동 프로그램 설계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연구 특성상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원래 우울 위험이 낮을 가능성” 등 인과관계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향후 장기간 추적연구를 통해 실제 우울증 발생 감소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되, 주 150분 이상 활동을 생활 속 습관으로 만들어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혼자 하는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동호회, 동네 체육시설, 걷기 모임 등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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