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열 건축사의 '순응의 건축' ②: "싸고 좋은 집은 없다? 공법 혁신으로 편견을 깨다"
많은 이들이 친환경·고성능 주택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주춤하는 원인은 바로 ‘비용’이다. 초기 건축비가 지나치게 높으면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건축 시장에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초기 시공비의 경제성이 집짓기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곤 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건축계의 오랜 통념에 대해, 뉴스인피플 코너를 진행하는 박병열 건축사(뉴스인피플 건축분야 전문위원)는 "공법적 혁신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 사기꾼을 만나기 쉬운 집? 발상의 전환이 시작되다
과거 박 건축사가 평생교육원에서 ‘좋은 집 짓기’ 강좌를 진행할 당시, 여수의 한 수강생은 "아무리 위험성을 경고해도 나는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처음에 박 건축사는 이를 불가능한 요구로 치부했으나, 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왜 나 또한 노력해 보지도 않고 싸고 좋은 집은 없다고 막연히 단정 지었는가?’
그날 이후 박 건축사의 연구 방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초기 건축비를 낮출 수 있는 경제성’이 그의 핵심 연구 과제가 된 것이다.
■ 핵심은 저렴한 자재가 아닌 '공법적 혁신'
일반적으로 집을 지을 때 발생하는 결로, 누수, 곰팡이 등의 하자를 막기 위해 기존 건축 프로세스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공법과 보완 자재가 추가된다. 덧붙여지는 과정에서 건축비는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박 건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 건축 기술인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의 물리학적 측면을 기초부터 다시 분석했다. 기초와 벽체를 세우는 설계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결과, 공정 자체를 대폭 단순화하면서도 기존의 모든 하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공법을 찾아냈다.
그가 강조하는 경제적 친환경 주택의 핵심은 저렴한 자재나 인건비의 절감이 아니다. 바로 ‘공법적 혁신과 방식의 간결화’에 있다. 물리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국내 시공 기술자들의 여건에 맞춘 실질적인 시공 기술을 연구·구현해 낸 결과물이다.
■ 살수록 놀라는 집, 일반 건축비로 짓는 패시브하우스
물론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최고급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일반적인 주택 건축 비용'만으로도 열효율이 극대화된 완벽한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패시브하우스의 특성상 단열이나 기밀 성능은 눈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시공 직후에는 대중이 그 가치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해당 주택에서 1년, 2년, 3년의 사계절을 직접 살아본 거주자들은 단열 성능과 쾌적함, 유지비 절감 효과에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자재를 아끼는 부실함이 아닌, 기술을 고도화한 간결함으로 완성하는 '순응의 건축'. 박병열 건축사가 제안하는 공법 혁신이 국내 주택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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